[블루 아카이브] 여우 네 마리, 여우 한 마리 (FOX 소대 | 2,000자 평론)

못난 모습으로 찍혀버린 FOX 소대 와카모 체포는 SRT가 선물한 정치적 이벤트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를 경계해야 와카모와 대치 중인 FOX 소대원들 FOX 소대 이야기에는 언제나 조롱이 뒤따른다. 그녀들이 조롱당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형편없는 악당 집단에 가깝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조롱할 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무엇일까? 바로 대상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FOX 소대의 유명한 업적은 와카모를 체포한 것이다. 고로 그들은 와카모에게 집단으로 덤벼서 이겨놓고 잘난척하는 잡배가 됐다. 밈과 주장의 뒤섞임    시간이 많이 흐른 탓일까. 조롱성 논리가 진지하게 FOX 소대를 설명하는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밈은 고려해야 할 많은 요소를 의도적으로 단순화시킨 결과다. 즐기기에는 적합하지만, 너무 심취하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FOX 소대는 정말로 무능한 허풍선 집단일까? 생각해 보면 정말로 '조롱'에 불과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음해는 퍼지기는 쉬우나 정정에는 약간의 수고가 들어간다. SRT가 지닌 정치적 특수성    SRT는 미국 연방수사국을 모티브로 두고 있는 법 집행 기관이다. 그중에서도 RABBIT과 FOX 소대는 SWAT와 HRT의 역할이다. SWAT와 HRT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FBI가 보유한 특수부대라는 것 정도만 이해하면 된다. 이런 전술팀은 주로 통상 병력으로 대응하기 까다로운 환경에 투입된다. 그러니 최정예 인원을 선발하여 최상의 장비를 지급한다. 한편 현실과는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

[블루 아카이브] 리오에 관한 생각생각생각! (파반느 2장 후일담)

블루 아카이브 게임 개발부  공식 일러스트

    ※ 타 커뮤니티에 작성 했던 간단한 주저리 입니다. 

리오가 파반느 편 2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어디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의견이 나와서 즐거워요. 어쩌면 에덴조약 편 2장에서 선생과 히나가 나눈, 한 가지 사실에도 관점에 따라 수많은 진실이 있다는 담론의 대표적 사례겠네요.

   사실 저번 에덴조약 편 4장까지 열람하신 뒤에 미카와 사오리에 관한 제 생각을 정리해서 올려볼까 했었는데 뭔가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둘, 특히 미카는 유난히 작 중 보여준 치밀하고 계획적이던 행동-완전 주관적 해석 듬뿍이다-이 평가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서.... 하여간 오늘은 태엽 감는 꽃의 파반느 편 2장에서 처음 모습을 보여준 우리의 밀레니엄 회장 츠카츠키 리오에 관한 제 생각을 써보았습니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학원도시 키보토스에서 학교는 학생에게 배움과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교육시설을 넘어선 행정기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그런 학교 사이에도 자치령을 통괄하며 정부의 기능을 수행하는 대형 학교 중 한 곳이 이번 스토리의 중심이 된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이하 ’밀리니엄‘이라 함)입니다.

   밀레니엄은 특유의 기술 지향적 문화와 더불어 학생회장 리오의 성향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행정(공권)력의 상당수를 사람이 아닌 AI와 기계장치에 전임하고 있습니다. 이 탓에 밀레니엄은 유독 전자 / 기계 제어에 박식한 학생에게 취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 밀레니엄의 행정수반인 세미나가 고작 세 동아리의 연합 작전만으로 처참하게 뚫리는 사건을 다룬 스토리가 파반느편 1장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극단적으로 전산화된 환경은 모든 것을 장악, 통제하고자 하는 ’빅 시스터‘ 리오와 너무나도 잘 맞는 구조입니다. 언뜻 보면 자유롭게 본인들이 하고픈 연구나 개발을 하며 그 어떤 학교와 비교해도 명백하게 ‘평화’로워 보이는 밀레니엄. 사실 다시 보면, 한 명의 강력한 통치자가 자치구의 ’환경 조성‘에 방해되는 요소를 직할 특수조직 C&C와 무인 드론을 투입해 ‘청소‘하고 있음이 1장 때부터 간간이 묘사되고 있었습니다. 세미나의 중추가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자에게는 유토피아를 제공하고, 반항하는 자는 청소 대상! 마치 미래 디스토피아 세계의 빛과 어둠과 같네요.


리오?

어쩌면 히마리 부장의 말대로 너무나도 우수했기에 이런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일까요. 그렇게 리오의 세상에는 본인을 이해해 주고 따르는 자와, 그렇지 않고 의문을 표하거나 저항하는 존재만이 남은 듯합니다. 모든 것을 혼자서 판단하고 실행하게 된 리오는 이제 그 누구의 의견도 -본인이 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히마리의 의견마저- 신뢰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곁에 두고 있는 토키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간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도….

   밀레니엄 기술력의 정수인 통신망 가설 유닛 hub가 0.31μs 만에 해킹, 탈취된 사건을 겪은 리오에게 있어 외부로부터의 위협은 일종의 코스믹 호러로 비치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숭고의 증명인 헤일로를 현현한 AI는 이제 밀레니엄을 넘어 키보토스의 최대 위협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동 시기에 홀연히 나타난 AI 소녀의 조사 또한 착수했고, 전례 없는 타인과의 협력 프로젝트-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히마리의 협력을 기대했던 것 같다-까지 추진한 결과 세미나와 C&C의 패배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무명 사제나 이름 없는 신 등 고유명사가 판을 치는 것을 보아 우리는 모르는 리오와 히마리만의 정보가 많아보입니다만, 결국 데카그라마톤과 마찬가지로 AL-1S는 리오가 통제할 수 없는 위기로 정의되어 버립니다

   파반느편 2장에서 선생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리오는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잔혹한 현실을 강요하며, 역시나 타인에 불과한 선생의 판단조차 오류로 취급하며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고 상황을 압도해 버립니다. 지금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사태와 정보 하에 모두는 영문도 모른 채 무력하게 리오의 행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오가 위의 사건을 대비하기 위해 진행한 가장 대표적인 작업은 바로 '요새도시 에리두'(이하 '에리두'라 함)의 건설입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만으로는 신도시 건설 예산을 받아내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는지, 모종의 수단을 통해 밀레니엄의 지방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키보토스 총학생회장의 실종으로 인해 생텀타워(총학생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밀레니엄 자치구 근교에 허가 없이 신도시를 조성했습니다. 동시에 AL-1S를 일종의 인격 모방체로 정의하고 폐기 처분의 수순을 밟습니다.


오류?

리오는 본인의 자산에 무결성을 확신합니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이자 직속 요원 토키의 전용 무장 '아비에슈흐'(이하, '무장'이라 함)는 그런 리오의 빅시스터적 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무장은 전장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에리두 전역의 연산장치를 활용해 분석, 현재뿐 아니라 근미래의 상황까지 통제하에 두는 장비입니다. '라플라스의 악마'로 대표되는 고전역학이 꿈꾸던 환상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제는 공상과학의 산물 취급이 된 무장이 작중 엘리베이터 액션을 통해 공략되듯 리오의 통제 또한 스스로 모순점을 드러내고 맙니다. 확보하지 못한 변수로 인해 계획이 틀어지고 최악의 상황을 치닫지만, 또한 본인이 검토조차 하지 않은 수단으로 어찌 보면 간단하게 사태가 해결됩니다. 결국 리오의 정보와 판단은 완벽하지도, 충분하지도 않았습니다.

   합리는 이치에 맞아떨어짐을 의미하고, 이치는 곧 '사회가 정한 객관적 도리', 즉 당대 사회의 윤리와 부합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리오의 판단은 합리적이지 못했습니다. 리오의 횡령-횡령의 사전/법률적 정의에 부합하는가는 제쳐두고서라도-과 에리두 건설은 명백하게 밀레니엄과 키보토스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무시하고 경제적 혼란과 피해를 야기한 범죄(혹은 일탈)행위입니다. 또한 아리스를 비생명체로 규정하는 과정과 이를 '해체'하기로 결정하는 등 일련의 모든 과정은 사태의 이해관계자들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집단과 조직의 관리 책임자이자 지도자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무시하고 무력 수단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적어도 게임개발부나 다른 학생들의 반응을 봐서는 결코 용인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리오가 한 치의 의심과 주저도 없이 행동하는 이유는, 결국 리오의 행동 원리는 합리성이 아닌 본인의 가치관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오의 가치판단 위에 밀레니엄은 운영되고 있었으며, 세계 멸망을 위해 규칙을 위배하는 것 또한 리오의 신념하에 잘못된 점은 없습니다. 리오는 그야말로 확신범에 부합하는 논리와 행보를 보이고 말았습니다. 결국 리오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아리스가 구축한 '사회가 합의한 결론'을 거꾸로 강요받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서버와 한국 서버의 선생은 꽤 큰 성격 차이를 보입니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일본 서버의 선생과 달리, 한국 서버의 선생은 꽤나 다혈질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 소리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선생은 본질적으로 학생을 경멸하거나 적대시하지 않네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선생의 눈에 리오는 그저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차마 터득하지 못한 어린이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모두와 함께 힘을 합쳐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고, 선생이 아닌 학생들만의 노력으로 도달한 해피엔딩을 리오에게 보여주며 스스로 삶의 태도를 돌이켜볼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세이아 때와 마찬가지로 잔혹하기만 한 이지선다의 질문에, 그런 질문은 이 세상의 이치하에 성립하지 않음을 알려줍니다.

   리오는 학생이었기에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나기사나 미카처럼 앞으로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으려나요? 적어도 본인이 지닌 강대한 힘(영향력) 탓에 실수가 되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뻔했는데, 어찌저찌 잘 수습할 수 있었던 점은 정말 다행이네요!

블루 아카이브 텐도 아리스  공식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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